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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일상)

음악 페스티벌과 관련한 공연 전시 비평문

by phd.갖고싶은자 2021. 3. 10.

 

지난 1019일 올림픽 공원에서 13주년을 맞이한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을 관람했다. 내게는 나름 의미가 있는 페스티벌이라 이번 페스티벌도 꽤 기대했다. 원래 락을 좋아해서 락 페스티벌을 중학교때부터 다니기도 했고, 공연도 자주 했을 정도로 음악에 관심이 많았지만 인디라는 새로운 장르와 대중성 있는 편안한 분위기의 페스티벌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해준 것은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때 처음으로 갔었던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남녀노소 다양하고 즐거운 사람들과 하루 종일 페스티벌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를 쫓아가듯이 마음에 드는 음악이 들리는 곳을 따라가 자유롭게 공연을 관람했다. 쏜애플이라는 인생 밴드를 그곳에서 처음 공연을 보며 알게 되었고, ‘신현희와 김루트라는 밴드를 완전 신인일 때 접해서 그들이 점점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뿌듯해하기도 했다. 또 특이하게도 페스티벌 안에서 돌아다니다가 옥상달빛과 정인을 만나기도 했다. 이처럼 인디라는 음악 장르에 귀를 열어준 페스티벌이기도 하고 또, 락처럼 매니악한 측면이 부각되는 장르가 아닌 다소 대중성 있는 음악들이 페스티벌에서 다뤄지면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되는지 보여준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에 페스티벌을 관람하며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다양한 측면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단순히 돈을 내고 놀면서 페스티벌을 소비하기보다 오히려 페스티벌 내부의 다양한 요소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관련된 것들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페스티벌의 기본적인 내용들을 분석해보고 여러 가지 요소들을 각 분야에 맞게 나누어 잘라 분석해 보았다. 이를 통해서 페스티벌에 대한 비판적이고 또 의미 있는 해석이 가능하고 좀 더 나아가 개선할 점이나 고쳐야 하는 부분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도심 속의 페스티벌 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은 기존의 락 페스티벌과는 차별적으로 좀 더 대중적이고 친숙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보통 여름에 열리는 락 페스티벌들의 경우 활동적이고 역동적이면서 다소 과격하고 파괴적인 연출을 지향하기도 하는 반면,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의 경우 음악을 들으며 피크닉을 하는 듯이 친근하고 부드러운 연출을 지향하는 것이다. 또한 국내에선 비교적 큰 규모로 열리는 페스티벌인 만큼 올림픽 공원의 장소들을 광범위하게 사용하며, 이 안에서 서로 다른 4개 정도의 스테이지를 구성하여 관객이 본인이 원하는 공연을 골라서 즐길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각 스테이지에서는 스테이지의 부지와 공연장의 형태, 그리고 대중성과 음악적 장르 등을 토대로 저마다의 정체성이 만들어지고 그에 부합하는 아티스트들이 섭외되어 공연을 펼친다. 또한 이에 아티스트들의 인지도에 따라서 헤드라이너와 공연 시간대가 결정되어 관객들의 이동이나 공연관람에서의 혼선을 방지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은 친숙한 컨셉에 기반하여 다양한 장르의 음악적 정체성을 보유한 아티스트들이 한 곳에서 공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대중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인디 아티스트들과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아티스트들을 조화롭게 라인업으로 내세우며 대중적으로 큰 호응을 얻는 것이다. 이번 페스티벌의 경우 헤드라이너로 데이브레이크멜로망스’, ‘윤하’, ‘DAY6’등이 참여했고 다양한 인디 아티스트들과 밴드들이 헤드라이너 이전 시간의 무대들을 채웠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페스티벌의 가장 큰 특징은 큰 부지를 이용한 스테이지의 다양화라고 볼 수 있다. 4개 이상의 스테이지를 나누어 공연을 펼치고 이 외에도 간식이나 음식을 파는 식사구역이나 혹은 노래방, 방방, 팬사인회 등등이 열리는 오락구역 그리고 작은 스테이지에서 이제 막 시작하는 신인 인디 아티스트들이 공연할 수 있는 버스킹 구역 이렇게 세부적인 부분들로 다양하게 나눠진다. 이중에서 각각의 공연 스테이지들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알아볼 수 있다. 먼저 넓은 부지와 가장 큰 공연무대 그리고 스탠딩존과 잔디밭에서 돗자리를 깔고 음악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민트 브리즈 스테이지는 가장 주가 되는 공연 스테이지이다. 또한 어쿠스틱 사운드를 가지고 대부분 잔잔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러빙 포레스트 가든그리고 카페 블로섬 하우스는 역시 민트 브리즈 스테이지와 같은 실외 공연장 이지만 다소 작은 규모를 가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스테이지이다. 마지막으로 클럽 미드나잇 선셋의 경우 유일한 실내 공연장으로 감각적이고 다양한 시각적 요소가 돋보이는 스테이지이다. 이처럼 다양한 정체성을 설정한 공연장으로 인해서 관객들을 본인들이 가진 음악적 지향성에 따라 관람하고 싶은 공연들을 취사선택 할 수 있고 각각의 공연 시간을 달리하기 때문에 시간에 따라 장소를 옮기면서도 공연을 여러모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한편 페스티벌의 또 다른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인디 레이블의 참여라고 볼 수 있다. 축제의 헤드라이너들의 경우 티켓파워를 끌어오는 주요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당연히 대중적으로 인기 있고, 널리 알려진 아티스트가 무대를 서지만 그 외에도 페스티벌의 타임 테이블에는 다양한 인디 아티스트들이 이름을 올리며 무대를 채우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페스티벌의 주최사인 민트 페이퍼의 사내 레이블인 마스터 플랜이나 해피로봇의 아티스트들이 주로 출연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여러 가지 음악적 장르를 포괄하며 동시에 대중성있는 아티스트만을 키우는게 아니라 인지도가 없는 인디 아티스트들도 포용한다는 점, 그리고 매년 1일 입장 관객 5000명 이상을 수용하는 인기 있는 페스티벌이라는 점에서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대중음악 페스티벌의 개념에 가장 잘 부합하는 페스티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인디와 대중성을 모두 포괄하며 국내 최고의 대중음악 페스티벌의 이름을 빛낼 것으로 기대되던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 사실은 자본주의 논리에 빠져 그 본래의 궤도를 벗어나고 있다는 비판을 시도할 수 있다.

우선 대중음악 페스티벌은 21세기 음반시장의 몰락과 함께 새롭게 떠오르며 발전해왔다. 통신기술의 발달과 음원기술의 발달로 인해 대중들은 스마트폰으로 한 달에 약 1만원 정도만 낸다면 언제 어디서든 음원을 스트리밍 서비스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굳이 비싼 돈을 지불하고 아티스트가 만든 앨범을 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결국 이러한 추세에 따라 음악시장의 지배적인 힘을 가지게 된 것은 통신사와 음원 스트리밍 회사들이 되었다. 과거 아티스트와 소속사 그리고 음반회사가 나눠져 수익을 분배하던 구조에서 새로운 이 두 집단이 침입하게 됨과 동시에 이들은 수익구조서열에서 가장 상위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결국 이러한 서열변화 속에서 아티스트들은 음악을 직접 생산하고 창조하는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밀려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구조 속에서 아티스트들은 실질적으로 수익을 가져갈 수가 없는 것이다. 한국 콘텐츠 진흥원의 음악 산업 백서에 따르면 청취자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서 노래를 들을 때 아티스트가 가져가는 돈은 한 곡당 2.7원 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아티스트는 단순히 음원을 발표하는 것만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것이 힘들어졌고, 음원이나 음반 이외의 분야에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과제를 얻게 된 것이다. 이러한 대안적 수익창출을 도와줄 분야들인 미디어, 굿즈, 이미지 산업 등등과 함께 더불어 등장하고 발전한 것이 바로 live음악공연산업으로 현재 대중음악 페스티벌이 가장 대표적인 형태가 된 것이다.

페스티벌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단합이나 제사와 같은 목적을 둔 일종의 공동체적 움직임에 가까웠다면 위와 같이 현재 음악 페스티벌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은 수익 창출에 목적을 둔 음악 매개 놀이 문화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점에서 페스티벌은 티켓파워를 끌어올 수 있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아티스트를 전면에 내세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대중음악 페스티벌은 보통 하루에서 이틀 정도의 긴 시간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헤드라이너의 공연시간 이외에도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불러 공연할 기회를 줄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페스티벌에 가는 사람들 중 높은 비율의 사람들은 모두 페스티벌에서 대중적인 아티스트도 좋지만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인디 아티스트나 새로운 장르를 신선하게 접하길 기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또 다른 한편으로 상대적으로 티비 출연의 기회나 음원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없는 인디 아티스트들에게도 대중음악 페스티벌은 본인들을 홍보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하는 통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아티스트와 페스티벌 소비자들 양쪽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서 대중음악 페스티벌은 실력 있는 숨은 인디 아티스트들을 발굴해내고 이들에게 기회를 주어야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최근의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은 이러한 의무를 잘 수행해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최근 3-4년 정도의 페스티벌 라인업을 살펴보면 과연 이들을 인디 아티스트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지는 출연진이 라인업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또한 신인 아티스트라고 해도 이미 충분히 인지도를 얻은 상태에서 출연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말해 홍대와 같이 인디신에서 신인 아티스트를 발굴해오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의 힘을 그대로 따라가며 미디어에서 인지도를 충분히 올린 아티스트를 출연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번 페스티벌에서 JTBC의 예능 수퍼밴드를 통해 이름을 알린 자이로홍이삭의 경우 다소 이름을 알린지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단숨에 메인 스테이지라고 볼 수 있는 민트 브리즈 스테이지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매년 나왔던 아티스트가 다시 나오고 또 나오는 현상은 그 아티스트의 레이블을 확인해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인디 레이블의 메이저라고 볼 수 있는 파스텔 뮤직‘, ’붕가붕가 레코드‘, ’해피로봇등의 레이블에 소속된 아티스트들이 주로 몇 년 동안 페스티벌을 독식하듯이 하는 것이다. 게다가 더욱 심각한 것은 페스티벌의 개최 회사인 민트 페이퍼의 자체 레이블의 아티스트들이 지속적으로 출연하는 횟수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이다.

또한 페스티벌 내부에서 구조적 차원에서도 인지도 없는 아티스트들은 다소 소홀하게 대우받는 경향이 있다. 정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 인디아티스트의 경우 위에 언급한 4개의 공연 스테이지에 이름을 올리는 일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따로 마련된 작은 버스킹 존에서 공연을 펼치게 되는데 스테이지와는 거리도 있고 또 주변에 같이 있는 놀이시설들을 제외하고는 의자들만 놓아져 있다. 당연히 관객들은 비싼 페스티벌 비용을 내고 와서 굳이 메인 스테이지의 공연을 보지 않고 버스킹 존에 와서 관람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취지는 좋지만 버스킹존은 그저 유명무실한 무대로 그치고 만다.

물론 페스티벌이 수익창출을 위해 협찬을 받고 후원을 받고 또 다양한 제휴 브랜드들을 페스티벌에 포함시켜 수익구조를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페스티벌을 후원한 회사들의 이름과 컨셉을 스테이지 이름 앞에 표기하고, 각 스테이지 앞에서 후원사들이 이벤트를 열고 홍보하는 것도 이러한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아티스트의 섭외만큼은 대중음악 페스티벌의 의무적 차원에서 좀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다. 사실 정말 실력 있는 아티스트라고 해도 최근의 트렌드와 같이 음원시장의 횡포와 메이저 회사들의 힘 앞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는 쉽지 않다. 인디신에서 인정받는다 해도 결국 미디어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면 그들이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유튜브나 SNS같은 뉴미디어 그리고 페스티벌만큼은 이러한 아티스트들에게 기회의 장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소비자들도 같은 마음이다. 따라서 대중음악 페스티벌이라는 명패만 달고 이제는 인디라고도 보기 힘든 메이저 인디들만 라인업에 올리며 상업적 섭외를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넓은 차원에서 아티스트들을 모아야 한다. 한편으로 물론 이러한 섭외 자체가 다소 비현실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티켓파워를 끌어내지 못하는 아티스트들을 라인업에 올렸다고 항의하는 소비자도 있을 것이고 또한 페스티벌의 주최측에서도 수익구조의 문제를 들어 거절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점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그리고 수익구조의 다양화를 통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 예컨대 신인 아티스트들간의 경쟁적인 데뷔코너를 만들어서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오락성있는 페스티벌의 특징으로 자리잡게 된다면 소비자들도 이를 충분히 즐길 여지가 있다. 또한 지금처럼 단순히 페스티벌을 후원받고 간접적으로 이름을 스테이지 앞에 붙여서 광고를 도와주는 방식이 아니라 자체적인 MD제작이나 또는 부스등을 통해 다양한 기업의 후원을 증대시키고 또한 다른 후원자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대안적인 접근을 통해 수익은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 따라서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 집중해야 하는 것은 좀 더 제대로 된 인디 정체성 지향과 신인 아티스트들의 데뷔창구로서 미디어의 대안적 기능수행을 지향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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