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정치보도와 미디어 정치 환경의 변화

언론의 정치보도는 가장 중요한 정치 정보원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인의 캠페인 메시지가 유권자에게 전달되는 경로는 '그림 2'와 같다. 유권자는 텔레비전 토론이나 정치광고 혹은 후보자 연설을 통해 직접 접하거나, 친구나 가족과 같은 주변 사람과의 대화 혹은 언론의 뉴스를 통해 텔레비전 토론, 정치광고, 후보자연설에서 후보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를 알게 된다. 

 

선거와 같은 정치적 상황에서는 텔레비전, 신문, 인터넷, 그리고 사람대 사람 커뮤니케이션이 정치 관련 정보를 확산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이와 관련한 조사가 이루어 진 적이 있다. 조사결과를 종합하면 후보자에 관련된 정보를 얻는 정보원의 중요성 평가에서 텔레비전, 신문, 인터넷 등 언론매체들이 가족이나 친지 혹은 주변사람과의 대화와 같은 대인 간 커뮤니케이션보다 중요한 정치 정보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치인과 유권자의 관계는 이들 사이에 매개 역할을 수행하는 언론을 의식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성인의 주요 매체 이용시간이 무려 5시간에 이른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개인과 사회적 현실 사이에서 매개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 매체의 뉴스가 한국인의 정치적 현실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하다.

 

 

미디어와 정치캠페인 환경의 변화는 명확하다. 정치언론학자들은 정치캠페인 영역에서 미디어가 지니는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 선거캠페인은 미디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공직에 출마한 정치인의 경우 기존의 대인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론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호의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거나 신망을 얻기 위한 pr능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전문성이나 입법활동 혹은 문제해결 능력이나 정치적 연합 모색 능력이 정치인이 갖추어야 할 정말 중요한 자질이지만, 매스미디어를 통해 선거캠페인 관련 정보가 유통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유권자에게 호감을 주는 외모나 이미지 상을 심는 것이 지상 최고의 과제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정치인은 유권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특정한 퍼스낼리티 속성을 찾아내고 언론을 통해 자신이 이러한 속성을 갖추었다고 유권자에게 호소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정치적 수사와 리더쉽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

둘째, 과거에는 정당이 유권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주요 통로였지만, 오늘날에는 정당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퇴조하고 선거캠페인은 후보자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는 1940년대의 80%에서 1980년대 후반에는 65%로 감소했으며,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소속 유권자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정당 소속의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성향도 극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당 근간의 정치적 연합이 붕괴되고 정치인 개인의 평판이 더 중요해졌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유권자가 증가하는 추세는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된다. 2009년과 2010년의 2년 동안 언론이 보도한 각종 여론조사결과를 종합하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최하 20%대에서 최고 40%대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결국 정치인 개인의 정책과 이미지에 대한 평가가 유권자의 투표 행위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선출직 공직자들은 인기가 없는 결정이나 정책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려한다. 즉 정책의 방향이 옳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정책이 실시되면 기존의 이득이 침해된다는 이유로 유권자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면 정치인은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결국 다양한 정치적 이익이 부딪히는 다원주의 사회에서 서로 다른 정당이나 정파와의 정치적 연합을 모색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평판이 중시되는 미디어 중심의 선거 캠페인에서는 정치인의 이러한 능력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