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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공부)/MEDIA (미디어)

서바이벌 음악 방송에 대한 비평

by phd.갖고싶은자 2021. 6. 9.

1. 들어가며

 흔히 한국은 한의 민족이라고 한다. 나라가 빼앗기고 분단된 시련을 겪은 애환과 슬픔이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정서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한국의 정서는 한이 아니라 이라 보아야 맞을 것이다. 우리나라만큼 누구보다 흥이 넘치고 음악에 대한 열정과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가장 놀라는 부분이 밤새 불이 꺼지지 않는 클럽들, 다양한 음악 페스티벌, 아티스트 들의 뛰어난 가창 실력과 같은 부분들이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나라가 흥의 민족이라는 사실을 반증해준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의 음악에 대한 넘치는 관심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당장 우리나라 주요 방송 편성 중 음악 관련 방송이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만 확인하더라도 음악을 사랑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알 수 있다. KBS 2 TV 같은 경우 정규 편성 프로그램 중 금요일과 토요일에 총 세개의 음악 관련 프로그램이 있다. 게다가 금요일은 뮤직뱅크유희열의 스케치북으로 총 하루에만 총 2회의 음악 프로그램이 방영하고 특히 황금시간대인 토요일 오후 여섯 시부터 불후의 명곡을 방영한다[1]. 다른 공영방송이나 종편 채널, 케이블 채널들도 이와 비슷하다. 전면에 내세우는 음악 관련 프로그램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 많은 화제를 나았던 TV 조선의 미스터 트롯[2]이나 JTBC팬텀싱어도 각기 다른 방송사의 황금시간대 방영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방송 편성 중에서 음악 프로그램 그리고 그 중에서도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이 얼마나 큰 관심과 인기를 끄는 지 확인할 수 있다.

 방송은 시청자들을 대변한다. 시청자들의 관심사와 흥미의 주제가 수요를 만들고 방송사는 이를 민감하게 파악하여 이에 알맞은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공급하려고 노력한다. 시청률은 이에 대한 성적표이다. 시청률을 통해 우리는 방송 제작자가 얼마나 시청자들의 마음을 잘 꿰뚫었는지 알게 해준다. 우리나라에서 음악 경연 프로그램, 즉 서바이벌 음악 예능은 그동안 좋은 성적을 보여주며 일종의 흥행 보증수표 같은 주제로 자리잡았다. ‘슈퍼스타 k’부터 시작해서 나는 가수다’, ‘프로듀스 시리즈’, ‘듀엣 가요제’, ‘쇼 미더 머니등등 다양한 장르의 서바이벌 음악 예능이 성공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이와 같이 서바이벌 음악 예능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음악에 대한 애정과 경쟁적인 사고방식의 내면화를 잘 파악해 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방영되고 있는 서바이벌 음악 예능에 대한 비판적으로 분석과 평가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좋은 성적을 이뤄낸 방송에 대한 발전 방향과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2.비평

 비평의 대상으로는 KBS불후의 명곡MBC복면가왕을 선정했다. 두 예능 모두 KBSMBC의 대표 장수 예능으로 볼 수 있으며, 오랜 시간 다른 경쟁 프로그램을 제치고 토요일과 일요일 여섯 시의 황금 시간대를 장악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그 분석의 가치가 높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불후의 명곡은 KBS 2 TV에서 토요일 오후 여섯 시부터 방영하며 평균적으로 약 9% 정도의 시청률[3]을 보여주는 기존 가수들의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이다. 불후의 명곡은   20124월부터 독립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어 지금의 모습으로 방송되기 시작했으며, 동시간대 방영하는 MBC놀면뭐하니?’와 최근 경쟁구도에 있다.

 프로그램의 대략적인 플롯은 다음과 같다. 각 회마다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이에 해당하는 노래를 가수들이 리메이크 하여 새롭게 경연으로 선보인다. 주제는 전설적인 기성 가수일 수도 있고, 작곡가 혹은 작사가 일수도 있으며, 방영하는 달(month)에 관련한 주제가 정해지기도 하는 등 다양하다. 경연을 펼치는 가수들은 매회 바뀌기도 하고 고정적으로 일정 회차에 걸쳐 출연하기도 한다. 한편 가수의 무대가 끝나면 청중 평가단에 의해서 투표가 진행되고 이 투표집계를 통해 해당 주제에 대한 우승 가수가 정해지게 된다.

 한편, 이러한 가수들의 경연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기본 플롯은 사실 불후의 명곡 이전에 있던 나는 가수다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가수들이 기존에 있던 노래를 리메이크해 경연을 펼치고 이를 대중 평가단이 투표를 통해 순위를 가리는 것은 나는 가수다가 처음으로 선보였던 플롯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후의 명곡은 초기에 나는 가수다의 아류라는 비판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불후의 명곡은 나는 가수다와의 차별점과 소구점을 새롭게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우선 차별점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우승자 선정 과정이다. 기존의 나는 가수다에서는 단순 투표 집계에 의해서 7명의 가수들을 득표순으로 1위에서 7위까지의 순위를 정했다. 그러나 투표는 경연의 끝에 진행되었기에, 후에 공연하는 가수에게 투표할 확률이 높아지게 되어 불공정한 투표가 진행될 여지가 있었다. 실제 경연의 순위는 경연 순서에 쉽게 좌우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불후의 명곡은 이런 시스템을 뒤엎고 새로운 방식을 설정했다. 가수들을 제비뽑기로 경연 순서를 정하고 순서대로 무대에 오른다. 처음 두명의 무대 후에 대중 평가단이 바로 투표를 하여 득표수가 집계된다. 이후 득표수가 높은 가수가 이겨 다음 무대에 올라오는 가수와 득표수 경쟁을 하게 되고 지는 가수는 떨어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처음 무대에 오른 가수가 우승하려면 6승을 해야 하고, 마지막에 오른 가수는 1승만 하면 우승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묘한 순위 선정 방식이 긍정적인 차별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이유는 가수 개개인의 무대에 대한 다소 공정한 투표가 진행될 수 있고, 순위 정하기에서 벗어나 관객들이 무대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점수로 가수의 가창력 서열이 정해지고 이것이 공식적인 실력 순위인 양 방송에서 박제되는 것이 아니라, 가수가 꾸며내는 무대가 얼마나 당시 사람들에게 어필했는지 그 근본적인 부분에 집중할 수가 있는 것이다.

 또한 불후의 명곡이 시청자들을 포괄적으로 끌어올 수 있었던 점은 매회 새롭게 정해지는 주제와 무대에 서는 가수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이다. ‘불후의 명곡이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게 가수들이 리메이크 하게 되는 주제는 명곡의 반열에 오른 수많은 노래들을 작곡하고, 작사하고, 부른 사람들을 토대로 하게 된다. 이에 지금의 중,장년층이 사랑했던 노래들도 많이 등장하며 높은 연령대의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게 된다. 여기에 더해, 무대에 오르는 가수들 역시 유명한 솔로 가수부터 시작하여,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실력파 아티스트, 원로가수, 아이돌, 힙합가수 등등 다양한 음악 장르와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출연한다. 시대를 아우르는 명곡과 이를 새롭게 조명해내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조화가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들에게 모두 흥미를 끌어온 것이다.

 한편으로 복면가왕은 MBC에서 일요일 오후 여섯 시 이십분부터 방영하며 평균적으로 약 9.2%의 시청률[4]을 보여주는 토너먼트 서바이벌 음악 예능이다. 복면가왕은 2015년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하여 당해 3월 정규 편성 프로그램이 되었으며, 동시간대 방영하는 SBS런닝맨 KBS‘12과 경쟁구도에 있다.

 프로그램의 대략적인 플롯은 다음과 같다. 매회 가면을 착용한 연예인이 등장하여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른다. 8, 4, 결승의 토너먼트 형식으로, 무대 이후 관람객들의 투표를 통해 탈락자와 다음라운드 진출자가 가려진다. 이과정에서 연예인 패널들과 시청자들은 가면을 쓰고 나온 사람이 누구인지 맞추는 시간을 부여하고, 토너먼트에서 패배한 사람의 정체를 밝혀준다. 계속 무대에서 높은 득표수로 이기게 되면,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채 가왕의 자리에 앉게 되고, 이후의 경연에서 승리하고 올라온 사람에게 득표수로 밀리게 될 때까지 가면을 쓰고 가왕은 지속된다.

 복면가왕은 역시 서바이벌 음악 예능이라는 기본에 충실하고 간단한 컨셉을 고수한다. 출연자들은 무대에 올라 관객과 연예인 패널 앞에서 자신의 노래를 선보이고, 관객들은 투표를 통해 무대의 승자를 정하고 탈락자를 만든다. 다만, 한가지의 소구점을 만들었을 뿐이다. ‘가면으로 출연자를 특정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가면의 역할은 단순하면서도 확실하다. 출연자의 목소리, 음악적 습관, 체격 등으로 패널과 시청자들은 특정 인물들을 거론하지만 누구도 확신할 수는 없다. 단순한 서바이벌에 예능에 가면을 추가했을 뿐이지만 파장효과는 막대하다. 현장에 있는 관객과 패널들 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시청자들 모두 멋진 무대를 보여준 출연자가 누구인지 맞추는 일종의 게임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복면가왕이 많은 시청자들을 모으며 전례 없는 몰입감을 가진 예능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몇번의 경험을 통해 시청자들은 출연자의 성별이나 국적도 쉽게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

 이러한 익명의 특성은 또다른 프로그램의 장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물론 투표 시스템을 통해 토너먼트를 구축하고, 무대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관객과 패널 그리고 시청자는 출연자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보여주는 무대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이는 출연자와 시청자들 모두에게 득이 된다. 선입견 없이 자유로운 무대를 보여줄 수 있는 출연진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버리고 자유를 얻게 되며, 시청자들은 이전보다 더욱 공명정대하게 출연진이 보여주는 무대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복면가왕의 이런 신선한 컨셉은 세계 각 나라로 수출되며 다양한 나라의 방송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세계 40개국에 포맷을 수출하고, 호주와 미국에서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 달성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것은 복면가왕의 컨셉이 보편적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끌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5].

 

3.결론

 굳이 최근 새로이 나온 시청률 잘 나오는 음악 방송이 아닌, 다소 오랜 방영 기간으로 식상해지기도 한 두 프로그램을 분석한 이유는 두 프로그램이 이제 이후에 나올 서바이벌 음악 예능의 토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두 프로그램은 다른 소구점과 포맷을 통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었지만 이제는 전통이나 고전으로 진입을 앞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명곡도 한정되어 있고, 복면을 쓰고 가왕의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가수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포맷의 세부적인 부분에 변형을 계속 주더라도 제목으로 명시된 명곡이나 복면이라는 프로그램의 주제의식에 큰 변화를 줄 수는 없기에 결국 시청자들은 이에 익숙해지다 못해 질리게 된다. 때문에 종국에는 다른 서바이벌 음악 예능이 이 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다.

 하지만 후속 예능이 성공하려면 반드시 이 두 예능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분석을 통해 우리는 두 프로그램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서바이벌음악 예능이지만, 서바이벌보다 음악에 더 집중했다는 것이다. 경연이나 경쟁의 포맷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고 몰입감을 높여주는 장치이다. 때문에 경쟁 시스템을 쉽게 바꾸거나 포기하는 것은 도박이다. 그러나 우리는 프로그램의 주제의식을 생각해야 한다. ‘음악예능이기에 서바이벌보다 항상 음악이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이다. 음악을 주제로 삼으면서 주객이 전도되어 경쟁에만 힘을 주는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얻기 힘들다. 따라서 음악에 집중하면서도 새로운 포맷이나 장치를 도입하여 차별점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은 차세대 서바이벌 음악 예능의 타이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 KBS 공식 홈페이지

[2] 최고시청률 37.2% 닐슨코리아

[3] 최신 30회차 기준, 최고시청률 13% 닐슨코리아

[4] 최근 30회차 기준, 최고 시청률 11.7% 닐슨코리아

[5] https://imnews.imbc.com/news/2019/econo/article/5598132_291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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