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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공부)/MEDIA (미디어)

국가 브랜딩 사례연구와 한국의 국가브랜딩

by phd.갖고싶은자 2021. 11. 23.

 

 

1.    들어가며

잘 만들어진 국가브랜드가 해당 국가의 막대한 자산이 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신뢰받는 브랜드가 충성고객을 바탕으로 큰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처럼, 국가 브랜드에도 역시 같은 인식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사회에서 각 국가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범 국가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국가 브랜딩에 힘을 쏟는다. 그러나 이러한 의식적인 노력에도 국가 브랜딩 작업은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국가 브랜드의 개념 자체가 워낙 다양하고 방대한 국가의 구성 요소들을 포괄하고 있으며, 각 요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국가 브랜딩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례들을 비교 분석할 필요가 있다. 각 사례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유기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하는 이상적인 국가 브랜딩의 방향성을 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성공적 국가 브랜딩 사례 슬로베니아, “I FEEL sLOVEnia”

 우선 성공적인 국가 브랜딩의 사례를 살펴보자면 슬로베니아의 “I FEEL sLOVEnia”가 있다. 슬로베니아 국가 브랜딩의 배경적인 부분에 대해 먼저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슬로베니아는 1991년 유고슬라비아와의 내전을 치르면서 독립하고 국가로 발전한 신생국이었다. 전쟁의 여파로 인해 슬로베니아의 경제는 독립 이후 매우 침체되어 있었지만 90년대 후반으로 나아갈수록 성장을 이루었고, 이러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서유럽의 경제장 속으로 편입되었다. 결국 2004년에 슬로베니아는 유고 연방국들 가운데 가장 먼저 전쟁의 상처를 딛고 EU에 가입하는데 성공했으며, 다른 공산주의 출신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은 GDP 성장률을 보였다.

 이와 같이 충분한 경제적 내실과 내부적 안정을 다진 슬로베니아는 “I FEEL sLOVEnia”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2006년 국가 브랜딩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슬로베니아는 사실 그 이전에도 몇 번의 국가 브랜딩을 위해 노력하였으나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는데, 다양한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그 이유는 그간의 브랜딩 작업에서 국가를 세계에 알릴 정서적인 요소가 부족했고, 브랜딩 작업의 모든 분야를 하나로 아울러 줄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이 부재했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GCO (the Communication Office of the Government of the Republic of Slovenia)는 이를 보완할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과 로고를 공모했고, 250개가 넘는 대안들 가운데에서 선택된 것이 I FEEL sLOVEnia였다.

슬로베니아가 그간의 실패를 극복하고 브랜딩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브랜딩의 구심점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한 브랜드 슬로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슬로베니아의 브랜드 슬로건을 분석해보면 매우 전략적이고 치밀하게 설계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 슬로건을 통해 I FEEL과 국호 안의 LOVE를 강조하면서 내가 느끼는 사랑이라는 따듯하고 정서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슬로건의 직역과 같이 나는 슬로베니아를 느낀다고 하는 다분히 감정적인 접근 또한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브랜드 정체성의 차원에서 ‘I FEEL’ 이 브랜드 스토리와 관련하여 슬로베니아에서 느낄 수 있는 수준 높은 경험을 약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또한 ‘LOVE’역시 로고의 진한 녹색과 연결되어 아름다운 자연풍경과 잘 보존된 환경을 강조하고 더 나아가 지속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이처럼 슬로베니아를 구성하는 다양한 브랜딩 요소들을 슬로건에 효과적으로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 브랜드 성공의 큰 요인으로 자리했다.

또한 슬로베니아 국가 브랜딩 성공의 두 번째 이유는 국가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정서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슬로베니아 국가 브랜드의 중심은 당연히 장소브랜드의 개념에서 시작되었다. 국가 브랜드 개발의 관련자들이 모두 슬로베니아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강조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브랜드 핵심가치를 가족과 건강, 지역 환경 보호 그리고 인간과 공존하는 환경에 대한 책임에 두었고, 아울러 다른 국가와 브랜드의 차별점으로 때묻지 않은 자연과 작은 국토 안에서의 다양한 문화의 융합 그리고 안전을 제시했다. 결국 정서적 브랜딩 작업과 슬로건을 토대로 브랜딩 요소들은 슬로베니아의 국가 브랜드에 효과적으로 녹아들었으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통합적인 브랜딩을 바탕으로 슬로베니아라는 나라에 대한 감정적인 호소가 세계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슬로베니아의 관광청은 국가 브랜딩 작업 이후 1년 사이에 수도 류블랴나를 찾는 여행객이 전년보다 12%나 늘었다고 밝혔고 브랜드 자체도 슬로베니아의 자국민들과 해외 공중에게 잘 인식되었다. 특히 브랜드는 관광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드러냈다. 관광업과 관련한 이해관계자들의 2/3 이상이 브랜드 런칭 5년 이내에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활용했으며, 브랜드의 주제와 같은 녹색, 활력, 건강의 관광국가로 슬로베니아는 자연스럽게 포지셔닝 할 수 있었다.

 

 

3.    실패한 국가 브랜딩 사례 루마니아, “Explore the Carpathian Garden”

 이러한 슬로베니아의 성공적인 국가 브랜딩 사례와는 대척점에 있는 실패한 국가 브랜딩 사례로 루마니아의 “Explore the Carpathian Garden”가 있다. 우선 루마니아 국가 브랜딩의 배경에 해당하는 부분을 살펴보자면, 루마니아는 유럽의 남동쪽에 위치한 나라로 유럽 내에서는 농업에 발전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나라였다. 국토의 대부분이 평지이고, 비옥한 토지의 비율이 높아 농사에 적합한 지형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이처럼 잠재력 있는 국가자원에도 불구하고 루마니아에 대한 이미지나 실제 경제는 그리 좋지 못하다고 평가받는데, 그것은 그들이 공산주의 지도자를 거치며 잘못된 경제정책을 수행하고 농업을 홀대한 결과이다. 루마니아의 지도자였던 차우셰스쿠는 북한에서 영감을 받아 1970년대 중반부터 중공업과 수도에 집중한 경제정책을 선보였는데, 결과적으로 이는 엄청난 외채와 노동인구 유출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만을 남겼다. 공산국가로서 막대한 경제적 실패를 겪은 루마니아는 1989년 정부에 대한 반란으로 민주주의 국가로 전향하며 EU에 가입하는 등 정상국가의 반열에 오르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대외적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난민문제와 인재유출 문제가 심각한데, 루마니아의 통계청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00년 이후로 2200만명 대였던 루마니아 인구는 2천만명 선을 붕괴하고 나서도 멈추지 않고 감소하는 추세라고 한다. 또한 인근 국가로 루마니아의 집시들이 불법이민을 가며 여러 문제를 일으켜 주변국들의 부정적인 시선과 외교문제에도 휘말리고 있다.

 이와 같은 불안정한 정세속에서 루마니아는 상황을 탈피하고자 2010년 새로운 국가 브랜드 작업에 착수했다. “Explore the Carpathian Garden”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루마니아의 새로운 국가 브랜딩 사업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브랜딩 사업을 위해 계약을 체결했던 스페인의 대행사가 표절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그들 브랜딩의 요소가 루마니아 정부의 요청으로 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회사들과 기존 데이터에서 차용한 것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루마니아 정부는 브랜딩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3년 간의 브랜딩 작업에 7,500만 유로의 예산을 투입하며 미디어 캠페인과 인터넷, 관광 캠페인에 집중했다. Romanian Ministry of Regional Development and Tourism에서 주관한 브랜딩 작업은 굉장히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는데, 이는 루마니아에 대한 특별하고 긍정적인 기억연상이 가능한 외국인을 두 배로 늘린다는 것이었다. 루마니아라고 하는 나라의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제시하고 관광객들을 늘리기 위해서, 그리고 루마니아가 관광하기에 좋은 나라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서 수행되었다는 것이다. 브랜딩은 미국, 영국, 독일과 프랑스 등등 8개 국가에 집중되었다.

 한편으로 루마니아의 이러한 노력이 아예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공중을 매우 공격적이고 집중적으로 선택한 것과, 브랜딩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애초에 루마니아라고 하는 나라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런 공격적인 브랜딩이 다소 위험하지만 효과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루마니아 브랜드의 슬로건과 이미지 역시 그들이 설정한 브랜드 핵심가치를 일부 지지해 주었다. 녹색의 이미지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환경 등에 대한 매력도를 어필하기에 적절했고, 잎사귀를 표현한 브랜드 로고 역시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넓은 평야와 역동적인 느낌을 제시해줬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도 존재했다.

 우선 그들이 브랜딩을 하면서 전면에 내세운 로고나 슬로건은 너무 두루뭉실하다고 평가되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의 눈에 띄기에는 너무 일반적이고 특이할 것이 없었던 것이다. 브랜드는 공중의 마음에 남는 감상이 있어야 하기에 이는 당연하게도 결정적인 문제가 되었다. 또한 루마니아의 현실과 그들이 브랜드에서 강조하고자 했던 생태계와 바이오 산업 등등은 그 괴리가 너무 심했다. 물론 브랜딩 작업에서 있는 그대로의 현실만을 그대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용인될 수 있는 사항이다. 그렇지만 루마니아 브랜딩에서의 괴리는 용인의 수준을 아득히 넘는 것이었다. 내실이 없는 상태에서 지나치게 욕심을 부렸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아울러 루마니아의 부정적인 대외 이미지도 여기에 큰 영향을 끼쳤다. 루마니아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루마니아가 관광하기에 적합한 나라이며 안전하고 다양한 자연친화적 볼거리가 있다는 측면이었다. 그러나 루마니아의 난민들로 인해 각종 범죄 등 여러 문제를 겪고 있던 주변 유럽 국가들과 그 국민들은 오히려 이에 전면적인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루마니아가 처해있는 대외적 상황에 대한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이미지 pr과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이었기에 예상할 수 있었던 결과였다.

 결론적으로 루마니아의 이러한 국가 브랜딩은 실패했다. 많은 예산과 시간을 투자한 브랜딩 노력에도 불구하고 루마니아에 대한 평판은 여전히 긍정적이지 못하며, 심지어는 나쁘다고 평가되었다. 아울러 아직도 루마니아라는 나라에 대한 인식 자체도 부족한 상황이다. 브랜드의 목표가 구체적인 브랜드 심상을 공중의 마음에 심는 것이라는 차원에서 이는 평판이 나쁜 것 보다도 훨씬 부정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4.    슬로베니아와 루마니아의 사례가 한국에 주는 교훈

 슬로베니아와 루마니아의 국가 브랜딩 사례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두 가지 정도가 있다. 우선 첫 번째는 잘 만들어진 국가 브랜드 슬로건과 로고는 높은 활용도를 바탕으로 국가 브랜딩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슬로베니아의 사례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이미 여러 차례 국가 브랜드 슬로건이나 로고로 인해 여론의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경험이 있다. 슬로건과 로고는 브랜딩 작업의 기초이자 축약이다. 따라서 다른 나라의 그것을 따라하거나, 전체를 아우르지 못한다거나,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없는 컨셉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면 이는 응당히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dynamic korea”, “creative korea” 등등 위에 언급한 실패한 슬로건의 예시에 알맞은 슬로건들을 전면에 내세워 왔다. 오히려 이처럼 너무 짧고 간결함에 집착하여 내용을 제대로 담지 못하는 슬로건 기조에서 벗어나 좀 더 길고, 핵심가치를 포괄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슬로건과 로고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가 브랜딩을 통해 공중에게 인식시키고 싶은 브랜드 가치가 국가가 가지고 있는 강점과 실제 모습을 바탕으로 설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루마니아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 브랜딩을 내실이 없는 부분에 대한 강조까지 포괄하여 진행하게 되는 경우, 공중에게 외면당할 수 있다. 충분히 자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핵심가치를 통해 전면에 제시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한 지나친 브랜딩은 공중으로 하여금 자신이 기만당한 것으로 생각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나라의 경우 문화적 차원을 강조한 국가 브랜딩이 적절하다. 지금 우리나라가 브랜드의 차원에서 감정적으로 세계에 호소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문화라는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 해외 공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전통문화만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우리나라가 문화 강국이 된 본질에는 우리나라의 현대대중문화가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따라서 이 부분을 바탕으로 서서히 전통적인 문화에 대한 관심을 확장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타당한 흐름일 것이다. 반면에 오직 명분만을 앞세워 느닷없이 전통문화를 브랜딩 하고자 한다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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